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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V.

   마지막 챕터 V. 10장의 사진으로 짧고도 긴 여행이 끝을 맺는다. 이 챕터는 모두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뜨겁고 무더웠던 시간이 흐르고, DEJA VU ISLAND에도 다시 겨울이 오고 또 봄이 온다. 봄이 온다. 밤길을 걷기 좋은 시절이 오고 있다. 언제고 아무 생각도 않고 백지처럼 걸어보리라 다짐하는 시절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럴 때면 밤은 가볍고 싸늘하고 나는 한참을 걷는다, 걷고, 걸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첫 발걸음을 상기할 때쯤 먼 바다를 상상하며 시선을 던져보고 셔터를 눌러보기도 하는 것이다. 여전히 나는 안부를 전하는 일이 낯설다. 내가 아닌 척, 그는 잘 살고 있다는 메모를 누군가의 수첩에 몰래 끼워넣듯 조심스럽다. 내 안부는 내가 잘 몰라서 그의 안부를 전하는 일이 편하고 시급하다. 그러므로 그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할 때 문득 뇌리를 스치는 안부가 나의 인사가 되겠다. 그는 잘 살고 있다. 일상의 낯선 습관을 비문처럼 가슴에 품고 여전히 부표처럼 떠돈다. 속내를 보이기란 쉽지 않으므로 곧이곧대로 표현하는 방도를 찾는 거라고, 모두가 알아듣기 위한 방도를 찾을 수밖에 없는 거라고, 그러다 보면 내가 나를 속이게 된다고, 그래서 비문 같은 사진을 자꾸만 찍는다고 그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흐르는 시간만큼 기억이 축소될까. 당신과 나 사이에 있는 섬은 이 순간 희망과 절망의 궤적을 그리며 수축 또는 팽창하고 있을까. 응축된 돌기들을 기억하려 쓰다듬듯이, 다시 사진을 찍는다. 이 사진들은 누구를 위해 존재할까. 어떤 공간에서 어떤 방향으로 존재하여야 할까. 그리하여 DEJA VU ISLAND에서 우린 먼 훗날 다시 만날까, 말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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